Critiques

夢幻의 숲 오필리아 (우아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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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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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여운 몽환의 노래. 몽환락 밴드 오필리아의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 (경,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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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는 모든 곡이 하나의 기획 속에 유기적으로 구성된 컨셉앨범으로써 총 80여분의 러닝타임 동안 주체의 몽환에 대한 주제 속에 감각의 흐름, 공간의 전이, 시간의 경과가 앨범 전체를 섬세하게 관통한다. 오필리아는 이미지와 시공간을 연속적으로 배열함으로써 각각의 독립적인 곡들을 희미하게, 그러나 동시에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하였다. 13곡의 곡들은 1월부터 13월까지 각각의 달을 대표하며, 그 사이에도 저녁에서부터 아침까지 시간의 경과와 숲과 물 속 사이의 공간의 수직적 이동을 감각의 흐름과 함께 절묘하게 배치하였다. 이를 통해 보통의 컨셉앨범이 뚜렷한 내러티브를 구축하여 스토리텔링에 몰입한 나머지 자칫 내용면으로나 감각면으로 유치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영리하게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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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그리고 깊은 숨을 쉬며 환상의 영역을 읊어나가는 유이의 노래

여성보컬 유이의 아름다운 음색과 유려한 멜로디에 기반한 노래가 돋보인다. 기교보다는 감성을 우선하는 새로운 여성보컬리스트의 탄생이다. 유이의 노래가 공간적으로 상층부에 있다면, 그것과 동시에 지하부에 위치한 요소들 – 금욕적일 정도로 억압된 리듬감과 극단적인 마이너 코드 위주의 진행, 그리고 남성보컬 철우의 관조적인 읊조림 – 은 극단적인 수직적 구조를 형성하는 동시에 유이의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탐미적 효과를 가져온다. 유이는 잔잔하게, 그리고 깊은 숨을 쉬며 환상의 영역을 읊어나갔다.

 

몽환락

오필리아는 자신의 음악을 ‘몽환’이란 단어로 표현한다. ’몽환‘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꿈과 환상을 함께 일컫는 단어다. 오필리아는 ‘당신의 가여운 몽환’을 노래한다고 했을 때, 오필리아가 말하는 당신의 꿈과 환상은 당신이란 주체를 지탱하는 요소로써 그것의 가엾음과 나약함을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 수록곡 ‘마음’에서 “나의 진실 초라하다 덧없음에 갈망한다‘라고 노래하듯 꿈과 환상은 주체의 슬프지만 치명적인 모습이다.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몽환의 기억은 새삼스럽거나 특별한 일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당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필리아는 당신들과 같이 몽환의 심층과 진실을 헤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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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몽환은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에서 오필리아가 노래하는 주제에 그치지 않는다. 동시에 몽환은 오필리아가 몽환을 노래하는 형식, 방법론이기도 하다. 사실 여성보컬과 남성보컬의 대조, 탐미적 멜로디와 금욕적 기타리프의 진행 등의 수직적 구조는 이미 20년 가까이 지난 고딕메탈의 전형적인 형식론이다. 이처럼 오필리아는 고딕메탈에서 출발을 하였으나 동시에 오필리아의 음악에서는 슈게이징, 드림팝, 팝고딕, 프로그레시브, 그리고 월드뮤직까지 여러 장르를 수렴시켰다. 그것은 단순히 시험적인 장르의 혼합이 아닌 ‘몽환’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적 차용이다. 즉 오필리아가 수렴한 여러 장르들은 ‘몽환’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재료로서 선택된 것들이다. 따라서 오필리아를 고딕메탈로 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이미 그들이 가진 고딕메탈의 피는 많이 묽어졌을 뿐만 아니라, 오필리아가 지닌 몽환의 감성은 고딕메탈의 미학 내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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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의 작업은 마치 거대한 벽화를 그리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였다.”

CD의 한계용량을 시험하는 79분 57초의 러닝타임과 곡당 수 십 트랙씩을 배치한 어레인지에서 보이듯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는 차라리 무모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거대하면서 동시에 치밀한 프로젝트였다. 또한 앨범의 컨셉, 작곡, 작사, 어레인지와 프로듀싱을 담당한 기타리스트 경은 레코딩 내내 강박적일 정도의 완벽성을 요구하였다. 경이 요구하는 음악적 구상을 살리기 위해 소닉붐 스튜디오의 황경수 엔지니어는 거대한 벽화를 그리듯 신중하게 믹싱/마스터링을 진행하였다. 덕분에 애당초 2008년에 나오기로 계획되어있었던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는 2010년에나 나올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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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곡이 타이틀곡으로 쓰여도 무리 없을 정도로 개별적으로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주며, 동시에 13곡이 ‘몽환’이라는 컨셉 아래에 하나의 곡으로서 묶이며 다양한 선율의 변주를 이룬다. 유이의 매혹적인 노래와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 이마쥬 등이 몽환의 형태로 혼재된 오필리아의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는 당신의 가슴에 잔향을 남기는 명반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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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의 말

“아바타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온전하게 감상하기 위해서 컴퓨터 모니터를 버리고 극장을 찾듯이,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는 좋은 음악환경에서 CD를 통해 집중하여 들었을 때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저희가 전달하고 싶은 몽환의 기억들이 온전히 전달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지난 상흔들을 공감하고 같이 치유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집중을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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